LIFE IS...

야구인(?) 하이파나(^^;;)

hbirds 2020. 5. 13. 10:59

"까짓거 글러브도 있는데 직접 한번 해보지 뭐..."

 

어느날 아버지가 뜬금없이 사다주신 글러브가 인연을 만들어 주었을까요?
국민학교 4학년시절 학교에 나붙은 야구부 창단 공지는

선린상고를 비롯한 고교야구 주요팀 라인업을 줄줄 외우던 꼬마아이를 직접 그라운드로 내몰았습니다.


처음 유니폼을 받는 날은 어찌나 덜리고 기분이 좋던지 그날의 그 순간이 사진처럼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르네요.
모자와 유니폼에 새겨진 학교이름, 등뒤엔 선명하게 수놓아진 제 이름 그리고 백넘버 4번.
친구들은 백넘버만 보고 제가 4번타자인줄 알아서 곤란했지만 말입니다... ^^;;

 

비록 백업 중견수의 험난한 생활이었지만

호시탐탐 투수로의 전업을 꿈꾸며 즐겁게 2년반이라는 기간동안 뛰고 달렸던 기억이 나네요.
겨울이면 눈을 치워가며 동계훈련도 하고 찌는듯한 여름에 지옥훈련도 하면서 열심히 했지만
신생팀이고 경력도 일천한 선수들이라 많지않은 지역학교들과 교류전에서도 이긴 기억이 별로 없군요

(아마 안모선수와도 경기장에서 만났을 수도...)

 

무성의한 주루플레이를 했다고 저녁 늦게까지 베이스러닝 훈련을 하던 기억...
공을 무서워 하면 안된다고 포수장비를 입히고 눈을 안감을때까지 마스크에 공을 던지던 코치님에 대한 기억...
모처럼 이긴 경기 후에 특별하사품으로 나눠주던 아이스크림의 맛이라든가..
뭐 이런 기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기합받고 채벌당하던 기억은 기억 깊숙히...

(어린애들 뭐 때릴데가 있다고 팬티가 안벗겨지게 부을정도로 엉덩이를 때리는지 T_T)

어쨋거나 국민학교를 졸업하면서 야구부도 퇴단하고 직접 하는 야구에선 멀어졌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아.. 할일도 없는데... 한번 가볼까?"

 

그렇게 까맣게 직접하는 야구와 멀어져 지내던 어느날... 12월 31일 밤.
여느때처럼 하이텔을 방황하던 중 베어스 동호회에서 모 회원이 야구하고 싶으면 경희대 운동장으로 나오라는 제안을 하더군요.
더구나 다음날 아침 티비속 드라마에선 새해부터 집구석에서 빈둥대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혼나는 장면이 나오고...

 

그래서...  갔습니다. 버스타고 얼굴아는 사람 하나 없는 야구단 모임에....

 

그리고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두번째 베이스볼 플레이어로서의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엔 2루수... 겸 배팅볼투수..

 

투수가 하고 싶었지만 어린시절 나를 좌절케했던 소녀어께는 늘그막한 나이가 되어서도 나아진게 없더군요.
하지만 나름 갈고 닦았던 컨트롤이 빛을 발하는 바람에 타자들에겐 딱 구미에 맞는 배팅볼을 던져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OTL
여성선수마저 외야플라이를 날릴 수 있을정도로 적절하게 최적화된 스피드와 컨트롤은

저를 배팅볼 전문 투수로 밖에 활용할 수 없게 만들었고
주 포지션이었던 외야에서도 퇴출되어 2루수로 정착을 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뭐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해서 좆겨나지 않으려고 나름 투수를 하려던 경험을 되살려

피칭연습을 하고 싶어하는 여성회원들에게 투수코치역할도 맡는 멀티 플레이어로 거듭났습니다.

1주일에 한번정도 경희대에서 피칭연습을 봐주곤 했는데..
적절한 폼에서 직구와 커브를 던지던 그 아가씨(^^;)가 꽤나 인상깊었는지

연습하던 경희대 야구부원들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곤 했었죠
(아마 그때가 홍성X선수가 학교다닐때가 아닐라나??)

 

그뒤로 집이 이사를 가고 팀이 사회인야구쪽으로 특화되어가면서 주전경쟁에서 밀리고 T_T

자연스레 다시 글러브를 놓았습니다만
요즘 여자야구팀에 들어가서 열심히 하는 회사 여직원을 보면 문득 문득 그라운드로 돌아가

제3의 베이스볼 플레이어 인생을 시작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