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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의 유래」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 본문
맹자는 비교적 긴 기간을 제(齊)나라에 객경으로 있으면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선왕(宣王)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제나라에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였고 미래의 희망을 기대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왕의 면전에서도 직설을 펼 만큼 자신을 속이거나 아첨하는 말을 할 줄 모르는 맹자가 주위 사람들과 늘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간신배들의 시기와 질투가 끊이지 않았고 그래서 왕과의 사이가 소원해지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였다.
마침 제나라가 북쪽에 위치한 연(燕)나라를 침략하여 무력으로 점령하고 포악하게 지배함으로써 백성들의 원망을 사고 주변의 국가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일이 발생하였다. 연나라 침략의 책임을 맹자에게 덮어씌우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결국 맹자는 더 이상 제나라에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하고 떠날 결심을 한다.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선비가 가당찮은 모욕을 참으며 벼슬자리에 연연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맹자로서는 일생의 많은 시간을 제나라에서 보냈고 여기서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펴보고자 하는 대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아쉬움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전쟁의 후유증이 계속되면서 제나라는 2년 넘게 주변국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었고 백성들의 원성도 잦아들지 않고 있었다. 이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망 높은 맹자의 도움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제선왕은 어떤 형식이든 그를 곁에 두고 적절히 활용하고자 했다. 맹자 또한 왕이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홀연히 떠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였고 왕이 진정을 보이기만 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제나라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맹자가 떠날 뜻을 비치자 왕이 친히 찾아와 마음을 돌릴 것을 권한다. “어렵게 선생을 모시게 되었고 온 조정이 선생과 함께 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는데(同朝甚喜,동조심희) 과인을 버리고 가신다니(棄寡人而歸,기과인이귀) 섭섭합니다. 계속 있어주시면 안 될까요?” 맹자도 솔직한 심정을 피력한다. “감히 청하지 못할 뿐이지 저 또한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이 대목에서 흔히 회자되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는 어구가 등장한다. 비록 생각이 모자라고 단순하며 순진하기까지 한 왕이지만 자신을 믿고 진정을 보이기만 하면 계속 제나라에 머무르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선왕은 아직도 맹자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지 못하였다. 그는 의심이 많은 왕이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맹자를 잡아두고 이용할 생각만 했지 맹자가 지닌 경륜과 큰 뜻을 정사에 활용할 만한 대범한 용기는 없었다. 마침내 선왕은 신하를 통해 상당한 보수와 좋은 저택까지 제공하는 조건으로 왕족과 귀족 자제들의 교육을 담당해 달라는 제의를 한다. 차마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신하들을 시켜 겨우 의사를 타진하였다. 속셈은 맹자를 계속 잡아둠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있을 뿐 직접 정사를 논의하는 데 따른 부담을 덜고 싶었던 것이다. 그 제안을 왕이 직접 말하지 못하고 신하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자 맹자에게서 돌아온 답은 한 마디로 딱 거절이었다. 그 거절의 변 중에 유명한 ‘농단(壟斷)의 비유’가 등장한다.
정치권에서 흔히 국정농단 운운할 때 사용되는 농단(壟斷)이란 단어는 본래 “잘라낸 듯한 높은 언덕”을 의미하는 말이다. 아직 화폐가 사용되지 않던 고대사회의 시장에서는 주로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남아도는 농산물이나 수공품들을 시장에 가지고 가서 자신에게 필요한 다른 물건들과 바꿔오곤 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당사자들끼리 자유롭게 주고받았고 시장관리인은 단지 시장 질서를 유지할 뿐 거래를 간섭하거나 세금을 징수하는 일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치 빠르고 재물욕심이 많은 한 젊은이가 우뚝 솟아있는 언덕(壟斷)에 올라가 물물교환 현장을 내려다보고는 남고 모자라는 실정을 유심히 파악하여 이익이 많이 남을 만한 물품의 거래를 독차지하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필요한 것만 교환해서 쓸 뿐 축재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던 순박한 사람들의 눈에 이 젊은이의 행동은 아주 천박하게 보였고 그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이런 불공정한 거래를 막기 위한 장치로 등장한 것이 상업관련 과세제도이다.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에게 자릿세나 영업세 등의 각종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농단의 비유를 말한 맹자의 속뜻은 이익만 추구하는 ‘천박한 남자(賤丈夫,천장부)’가 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매우 소중한 일이긴 하지만 그런 일이라면 굳이 머나먼 타국에까지 와서 호화로운 대접을 받으며 머무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맹자는 이미 왕이 제의한 보수의 열 배나 되는 대우도 거절한 일이 있지 않은가? 대세에 영합하여 받을 수 있는 높은 보수를 이미 망설임 없이 뿌리쳤거늘 이제 또 소홀치 않은 보수를 받고 제나라에 빌붙어있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어떤 세속적 우대와 이익이라도 자신의 철학과 소신에 어긋날 경우 수용할 수 없음을 당연하게 여긴 것이다. 더구나 높은 곳에 올라가 시장을 내려다보고 이익을 독점하는 천장부(賤丈夫)에 자신이 비유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제나라를 떠나는 맹자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천리 길을 무릅쓰고 대망의 꿈을 찾아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떠나는 맹자를 보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왕이 수준에 못 미치는 인물임을 모르고서 먼 길을 찾아온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둥, 보수를 바라고 그 먼 길을 발품 팔았느냐는 둥 입에 담지 못할 조롱의 소리들이 들려왔다. 공자처럼 ‘안친 쌀을 건져서(接淅,접석)’ 후딱 가버릴 일이지 왜 뭉그적거리며 떠나기를 주저하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멀리 내다보고 깊이 생각하는 맹자의 큰 뜻을 이해관계의 굴레에 갇혀 지내는 속물들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맹자는 자신이 있었다. 왕이 마음을 돌려 자신을 기용한다면 제나라뿐만 아니라 온 천하가 편안해질 것을 확신하였다. 당연히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일인 것이다. 3일이나 여관에서 미적거리며 혹시라도 왕이 자신을 만류하려고 사람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저들이 내 마음을 어찌 알랴? 천리길을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것이 어찌 내가 원해서이겠는가?” 그러나 끝내 왕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고 맹자도 이제 호연히 떠날 결심을 한다.
맹자는 뜻이 크고 넉넉한 사람이었다. 작은 일에 삐쳐서 얼굴 붉히며 떠나는 소인이 아닌 것이다. 왕이 마음을 바꾸고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여 선정을 베풀 생각을 하기만 하면 맹자는 기꺼이 왕을 도울 것이고 그럴 자신도 있었던 것이다.
맹자를 모시고 가던 제자 충우(充虞)가 묻는다. “군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는다(不怨天不尤人,불원천불우인)고 말씀하시더니 오늘은 선생님 표정이 어두우시네요.” “하늘이 천하를 평안히 다스릴 뜻이 없나보다. 내 떠나고 나면 이 중차대한 과업을 감당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어찌 마음이 어둡지 않겠느냐?”
맹자는 역사의 흐름을 꿰뚫고 있었고 전국시대의 참상이 점점 도를 더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천하를 안정시키지 않으면 수많은 백성들이 희생될 것을 불을 보듯 내다보고 있었다. 이 시대적 사명을 맡을 자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제후들 간의 전쟁이 거듭되고 민생이 도탄에 빠져드는 현실을 지켜보는 맹자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였다.
출처 : 서울일보(http://www.seoulilbo.co.kr)